“아멜리아를 데리고 오고 싶습니다.” “아멜리아가 누군데…. 뭐?” 한참 기분 좋게 늘어져, 바릭의 맨질맨질한 가슴을 만지작거리던 그녀가 바릭이 누구 얘기를 하는 줄 알고 소리 질렀다. 주변은 조용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간 시종들은 안에 있지 않다뿐이지 문밖에서 귀를 세우고 있을 것이다. 바릭은 가슴이 철렁했다. 거의 1년여 만에 갖은 둘만의 시간이었다. ...
콜은 병원에서 신던 슬리퍼를 직직 끌며, 근처 ATM기로 들어갔다. 한겨울에 달랑 하얀 파자마와 여름에나 신을 법한 슬리퍼를 신고 있었지만 아무도 콜에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를 처음 본 구급대원이 한 말처럼 그는 정말 어딘가 표백된 사람 같았다. 색소가 없는 그는 놀라울 정도로 눈에 띄었고, 그러면서도 존재감이 없었다. 그는 마치 공기 같았다. 어디에나 있...
마리아님께 드리는 마니또 연성입니다. 쓰다보니 길어져 또 분절입니다 T^T T^T T^T 매번 분량 조절 실패 죄송합니다 ㅠㅠㅠㅠ. 그래도 2편으로 끝날 예정입니다 ㅠㅠㅠㅠ 급하게 설정 짠 터라 설정이 좀 매니매니 엉망입니다. 설정구멍을 마음의 눈으로 메워주시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편의 엔딩은 불안하지만 어쨌거나 해피엔딩 예정입니다 ㅠㅠㅠㅠ 이번에...
밤새 이어질 것 같던 연회는 생각보다 싱겁게 종료되었다. 천자는 바릭의 피로를 이유로 들었다. 궁정에 모인 사람들은 눈앞의 맛있는 음식과 향기로운 술, 그리고 아름다운 무용수들을 아쉬워하면서 각자의 처소로 돌아갔다. 천자는 대장군을 핑계로 대었지만, 그 전쟁의 대장군은 천자의 진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는 천자의 시종들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회...
궁정은 연회로 밤늦게까지 대낮처럼 환했다. 그러나 연회가 열린다고 모든 곳이 흥청망청하지는 않았다. 티어스에서 가장 하늘에 가까운 궁정에서 가장 지상에 가까운 이곳은 꿈처럼 어두웠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작은 등불만이 이곳에 켜져 있는 유일한 빛의 근원이었다. 조그마한 책상도 다 밝히기 어려운 그 등불은, 위로 약 5층 높이인 거대한 공간을 밝히기엔 ...
카이로스의 제국에 비하면 티어스는 작은 발톱 아니 발 만한 수준에 불과한 나라였지만, 그런 나라의 천자라도 할 일은 많았다. 티어스는 아직 완성된 국가가 아니었다. 아직도 티어스 북부에서는, 카이로스를 외치며 일어서는 불명예, 진홍색 함성 잔당들이 있었고, 심지어 카이로스도 아닌 장정이나나 산정상(에이펙스)을 외치며 일어나는 자들도 있었다. 물론 그들은 전...
신선한 물소리가 들리고, 진흙 냄새가 피어올랐다. 페이트바인더가 캠프를 꾸린 곳은 물가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곳인데도, 시원한 물소리는 모닥불 옆, 침낭까지 들려왔다. 그녀는 부시럭부시럭 뒤척이다가, 잠이 오지 않아 잠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항상 들리던 찰그락거리던 갑옷 움직이던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일까? 그녀는 며칠 전부터 시작된, 익숙하지 않은 고요에...
"일라이스 아까 사령관 나갈 때 봤어?" "응?" 일라이스라 불린 얼굴이 새하얗게 된 여자가 이름을 부른 쪽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세상에 투구 밑으로 살이 살짝 비치잖아. 근데 거기가 시뻘겋더라니까." "어 응? 그래?" 하지만 일라이스라고 불린 여자는 여전히 핏기가 없는 얼굴로 영혼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와 그새 거기서 흥분했나 봐." "...
젊은 집행관이 티어스의 천자가 된 지 10년, 티어스의 정국은 안정되었고, 그녀의 첫 첨탑이 있던 장시치의 샘은 티어스의 수도가 되었다. 한 떄 대장군의 수족이었던 그녀는 말 그대로 천자, 하늘 위에서 군림하는 자가 되었다. 전장의 홍진이 마를 날이 없었던 그녀의 크고 투박한 군화는 그녀의 작은 발에 착 감기는 비단신이 되었으며, 절그럭 거리던 갑옷은 금박...
마르세이유 타로 리더, 점성술사, 사이킥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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